실용화 관건인 계면저항 극복, 기술이전 수요업체 발굴 통한 조기 사업화 추진 160℃ 저온소결형 고체전해질 개발로 고용량 활물질-고체전해질 복합전극 구현

리튬이온 전지를 이용한 스마트 폰 전동 퀵보드 등 배터리의 폭발 사고로 소비가가 기기사용에 불안해하고 있는 요즘 발화와 폭발 위험이 없는 안정화된 ‘전고체 전지’에대한 연구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전지연구센터 하윤철 연구팀은 전고체전지 실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활물질-고체전해질 경계에서의 높은 저항(계면저항)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극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하윤철 박사(책임연구원)팀은 최근 자체 정부출연금사업을 통해 ‘160℃ 저온에서도 결정화가 가능한 고체전해질 원천기술’과 이를 이용한 ‘슬러리 코팅 방식의 고용량 활물질-고체전해질 복합전극 제조 원천기술’이다.

1991년 일본에서 최초로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는 높은 에너지밀도와 출력밀도, 뛰어난 충·방전 효율의 장점으로 스마트 폰 등 휴대형 전기·전자기기부터 전기 차와 에너지 저장장치(ESS)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리튬이온전지는 가연성의 액체전해질을 사용하고 있어 발화와 폭발의 위험을 항시 내재하고 있다.  실제로 과 충전이나 외부단락, 내부단락 등의 사고 상황에서는 전지 내부 소재들의 급격한 가열과 연소에 의해 발화와 폭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해 소형 셀에서부터 대형모듈에 이르기까지 사고사례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KERI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불연성의 전고체전지에 주목했다.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에 대한 연구는 원료에 따라 크게 산화물 계열, 고분자 계열, 황화물 계열로 나누어 진행되어 왔다.

특히 황화물 계열은 리튬이온 전도도가 액체 전해질에 필적할 정도의 슈퍼이온전도체1)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 실용화 관점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KERI 연구팀은 이러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대면적 생산의 핵심 공정인 슬러리 코팅 방식의 전극 제조 과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온 ‘활물질-고체전해질 계면저항’이라는 난제 해결에 도전했다.

슬러리는 미세한 고체 입자를 액체 중에 섞어 유동성이 적은 상태로 만든 혼합물로, 현재 우리가 쓰는 리튬이온전지의 전극은 슬러리 코팅방식으로 제조된다.

보통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를 용매에 일정 비율 혼합하여 만든 슬러리를 집전체 위에 얇은막으로 코팅·건조·압착하여 전극을 만든다.

액체전해질은 전지 조립공정을 거친 후 마지막에 주입하여 분리막과 전극에 스며들도록 함으로써 리튬이온이 전달되는 통로와 활물질-액체전해질 계면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 슬러리 코팅 방식은 액체전해질 기반의 리튬이온전지 산업에는 일반화되어 있지만,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 및 전극 제조 공정에 활용하기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고체전해질은 슬러리 제조 단계에서 함께 혼합되어야 하기 때문에 활물질-고체전해질 계면 형성이 액체전해질에 비해 매우 어렵고, 무엇보다 접착력 향상을 위해 섞는 바인더가 계면 형성을 방해하면서 계면저항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이온 전도도가 높은 고체전해질을 슬러리 제조에 활용할 때도 결정화된 고체전해질 분말을 미세한 입자로 분쇄하거나 용매와 혼합하는 과정에서 기계적·화학적으로 리튬이온 전도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슬러리 코팅 방식으로 제조된 전고체전지용 전극의 성능은 실용화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었다.

KERI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튬-인-황화물에 리튬-요오드화합물을 첨가한 고체전해질 합성 공정을 최적화하여 160℃의 낮은 결정화 온도에서도 슈퍼이 온전도체 특성을 나타내는 ‘유리-결정질(glass-ceramic)의 고체전해질’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슈퍼이온전도체는 황화물계의 경우 250~450℃(산화물계의 경우 700℃ 이상)에서 열처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연구팀이 개발한 고체전해질은 고분자 바인더나 리튬 금속의 용융(melting) 온도인 180℃보다도 낮은 160℃에서 결정화가 가능해 바인더나 리튬음극의 손상 없이 전극이나 전지 제조 후 열처리가 가능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슬러리 제조 시에는 비정질 상태의 분쇄된 고체전해질을 혼합하고 전극 제조 후 160℃ 저온 열처리함으로써, 전극 내 고체전해질이 슈퍼이온전도체로 바뀌면서 동시에 고체-고체 계면이 소결2)되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했다.

이러한 소재와 공정 혁신은 복합전극 내 활물질-고체전해질 계면저항을 크게 낮춤과 동시에, 계면의 기계적 내구성도 우수한 전극 제조를 가능하게 하여 전고체전지 실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하윤철 책임연구원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용 이차전지 시장이 본격화됨에 따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미 안전하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고체전지 관련기술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고 밝히며 “이번 KERI의 성과는 전고체전지가 가진 계면저항 등의 난제를 해결하고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KERI의 연구 결과는 재료 및 계면 분야의 전문학술지인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온라인 판에 게재되며 뛰어난 성과를 입증받았다.

연구팀은 ‘저온 소결형 고체전해질 소재 및 전고체전지 제조 공정’에 대한 국내·국제 특허출원을 마쳤다.

현재 고체전해질의 이온전도도 향상과 공기안전성 향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동시에 원료 생산 공정에서부터 셀 제조 공정에 이르기까지 규모를 키우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 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수요업체 발굴을 통해 조기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한편 일본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전고체전지 시장은 2035년 약 28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가 적용될 수 없는 고온 환경 등 특수한 산업용부터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분야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스마트그리드 보급 및 전력부족 해결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활용되는 등 향후 전고체전지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용어해설

활물질 : 리튬이온을 흡수 및 방출하면서 전기를 저장하거나 생성하는 소재. 리튬이온전지에서는 리튬금속산화물 소재와 흑연 소재가 각각 양극 및 음극 활물질로 사용된다.

도전재 : 전자 흐름을 돕는 소재. 주로 탄소계 소재가 사용된다.

바인더 : 활물질, 도전재와 같은 고체분말이 상호간 또는 집전체와 잘 접착하도록 돕는 고분자 소재. 전극을 안정화하면서 주변에 잘 접착하도록 돕는다.

집전체 : 전극에서 전기를 모아 외부로 전달하거나 전달받기 위해 사용되는 금속 시트. 양극에는 알루미늄 시트, 음극에는 구리 시트를 사용하고 있다.

전해질 : 일반적으로는 물과 같은 용매에 녹은 상태에서 이온으로 쪼개져 전류가 흐르는 물질을 일컬음. 리튬이온전지에서는 카보네이트계 유기 용매에 리튬염 전해질을 녹인

전해액을 다공성 전극과 분리막에 스며들게 하여 전지 내부에서 전류가 흐르게 한다. 고체전해질에서는 고체 격자 내에서 리튬이온의 확산에 의해 전류가 흐른다.

분리막 :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은 차단하면서 이온을 전달하는 다공성 막. 리튬이온전지에서는 0.01~1㎛(마이크로미터)의 미세한 구멍이 있는 고분자 소재를 사용하며 구멍 속에 스며든 전해액을 통해 리튬이온이 전달된다. 전고체전지에서는

고체전해질이 전해액과 분리막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슬러리 : 미세한 고체 입자가 액체 중에 섞여 유동성이 적은 상태의 혼합물. 리튬이온전지는 일반적으로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를 용매에 일정비율 혼합한 슬러리를 얇은 막으로 코팅·건조·압착하여 전극을 제조한다. 전고체전지에서는 슬러리에 고체전해질을 함께 혼합한다.

결정화 : 대부분의 고체는 ‘결정질’ 부분과 ‘비정질’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결정질부분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결정화’라고 부른다. 원자나 이온들이 규칙적으로 배열하고 있는 고체상태의 물질을 ‘결정질’이라고 하며 불규칙하게 배열된 고체를 ‘비정질’이라고 한다.

 

하윤철 책임연구원 질의응답

 

이번 성과 뭐가 다른가?

“슬러리로 코팅하면 용량이나 율특성이 현저히 나쁘게나온다”, “바인더만 포함되면 이온전도도가 수십분의일로 떨어진다”라는 이야기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실용화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슬러리 코팅인데, 아직까지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 성과는 슬러리 제조를 위해 용매에 섞거나 전극 내에 바인더가 있더라도 계면에서의 저항증가 문제를 해소할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입니다.

어디에 쓸 수 있나?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는 전기차 구동용으로 도요타 등일본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2022년전고체전지를 탑재한 전기차의 상용화를 발표했으나실제 상용화는 2030년까지 내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고체전지의 특성상 리튬이온전지가 쓰이지 못하는니치마켓(고온의 환경 – 화재진압 로봇용 전원, 사막용EV/ESS 등)에서 먼저 활용도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실용화까지 필요한 시간은?

기업이 참여할 경우 가격경쟁이 덜한 전고체전지만의특수시장에서부터 향후 2~5년 이내 실용화가 가능할것으로 예상되고,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낮아지면 5~7년 후에는 ESS나 완속충전형 EV 시장으로, 그리고 고속충전형 EV 시장의 경우 10년을 내다봐야 할 것으로판단됩니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미래전략실에서 전지연구센터로 복귀한 2016년부터 전고체전지 주요사업을 참여연구원으로 수행했습니다. 차세대 전지(리튬-공기, 리튬-황, 나트륨이온, 전고체 등)중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가격이 싸야 한다” 값비싼 금속원소가 들어간 고체전해질 소재는 시장에 내놓을 수 없습니다. 공학은 경제성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번 성과도 분말 제조시간을줄이고 열처리온도를 낮춰가는 과정에서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저온소결형 유리-결정질의 슈퍼이온전도체가 개발된 것입니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리튬이차전지 산업이 일본,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과 함께 세계 최초로 차세대전고체전지 실용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신진연구자를 위한 한마디?

되도록 많은 논문을 읽되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실용화관점에서 접근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재 / 코리아저널리즘  정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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